[2007.9.2] 학력 위조 열풍

원고 2009. 9. 14. 19:42 Posted by 오미크론2
(평강제일교회 요셉선교회 주보 제490호 2007. 9. 2)

  동국대 교수 신 모씨, 명지대 교수 정 모씨, 주말 인기 TV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했던 건축디자이너 이 모씨, 동숭아트센터의 김 모씨, 개그맨 출신 영화감독 심 모씨, 연극인 윤 모씨, 그리고 엊그젠 인기 방송인 최 모씨까지… 유명인들의 위조된 학력을 드러내는 보도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이른 바‘공인(公人)’이라 불리는 이들의 감쪽같은 속임을 보고 있자니, 결혼을 앞두고 약혼자와 예비 장인에게 잘 보이려 학력을 위조했다가 벌금형을 선고 받은 어느 30대 남성의 얘기는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실력보다는 학력을 중시하는 학계, 예능계의 풍토를 이번 기회에 반성하자는 소리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것은 그 잘나신 ‘공인’ 들에게 은근슬쩍 면죄부를 발급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누군 그만한 잔머리가 없어 자기 학력을 위조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최근에 불거진 학력 위조 사태의 본질은, 자신의 지난 이력(履歷)을 정직하게 내세우지 않고 이를 사실과 다르게 조작하여 정당하지 못한 이(利)를 취하려는 심보를 다스리지 못함이다. 날조된 이력의 반짝 효력은 정직한 이력의 아우라를 결코 이기지 못한다.

  이력의 고백 대상이 하나님이기에 원천적으로 위조가 불가능하기도 하겠지만, 꾸밈없는 신앙 이력의 당당하고 진솔한 고백이 얼마나 놀라운 역사를 일으켰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눈앞으로 다가온 죽음의 시한을 15년이나 연장시켰고(히스기야/왕하20:2-3), 무뎌질 대로 무뎌진 민족의 양심을 깨워 회개운동을 일으켰으며(에스라/스9:5-15), 전쟁의 판도를 뒤집어 나라를 구하기도 했다(여호사밧/대하20:5-12). 또한, 예언의 말씀을 깨닫는 지혜를 얻었고(다니엘/단9:3-19), 초대교회 최고의 사도를 탄생시키는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스데반/행7:2-53). 개인과 민족의 신앙 이력을 정확하게 깨닫고 가감 없이 고백했기에 가능했던 역사들이다.

  우리는 지난 주 정기총회를 열었다. 총회에 임하는 우리는 우리 각자와 요셉선교회의 신앙 이력을 얼마나 정확하게 깨닫고 있었는지 되짚어볼 일이다. ‘이제까지 내가 신앙생활 한 게 얼마고 봉사한 게 얼만데….’ 하는 마음에 슬쩍 여유 부리고 잠깐 쉬려는 생각은 없었는지, ‘나는 아직 믿음이 부족해서….’ 하는 마음에 충성과 헌신은 남의 일로 여기며 여전히 요셉의 객을 자처하지는 않았는지. 이러저러한 단면만을 보고서 ‘요셉선교회는 이렇다 저렇다.’ 일찌감치 한계를 긋고 마음속으로 짐짓 결론을 내려버리진 않았는지.

  세간의 학력 위조의 경우, ‘위조’ 임을 스스로가 잘 알기에 최소한의 양심과 용기만 있다면 금세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신앙 이력에 대한 이러한 착각은 몇 번 되뇌다 보면 어느 새 정말 그런 것처럼 세뇌되기 십상이다. 비록 고의성은 없다 해도 ‘사실과 다르게 왜곡된’ 신앙 이력 위에서 말씀의 역사가 온전히 일어나길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다.

  요셉선교회의 열네 번째 회기가 시작되었다. 시간의 연속적인 흐름 앞에 시작과 끝을 운운하는 것은 인간 스스로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일 테지만, 마지막을 향해 신앙을 경주하는 우리에게는 다시 한 번 심기일전의 각오를 새롭게 할 기회가 될 터이다. 직분을 맡았네 말았네 라는 피상적인 시각을 벗어나 자신의 지난 신앙 연조를 찬찬히 되돌아보자. 어차피 다 ‘살자’ 고 하는 신앙생활 아닌가. 신령한 경주의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으니 나의 부족한 신앙의 틈을 부지런히 메우면서 열심히 달려보자. 그리하여 일 년 뒤, 그럴듯한 신앙의 이력 몇 줄을 내 신앙의 이력서에 추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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